자원봉사하는 인간 호모 볼런타스
21세기는 황금만능주의처럼 탐욕의 시대, 그리고 달콤한 물질적 풍요를 많은 사람들이 자유 시장원리에 입각하여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탐욕의 독성에 물든 지금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상생의 유전자가 있다. 단순히 물질문명이 다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찾는 자원봉사자들 그들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타자의 행복을 배려함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구현하고 우리 사회에는 신뢰를 선물한다. 자원봉사는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이타적 행동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상생할 수 있는지를, 양보의 능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서로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한경쟁사회에서 점차 지쳐가고 있다.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독일인들은 “팔꿈치 사회”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팔꿈치 사회가 아니라 “둿 다리걸기 사회“이다. 뒤에서 발을 걸어 넘어뜨려야 하지만 자신 역시 둿다리 걸기에 희생되기 일쑤이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 ”경쟁사회 탈진 증후군”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문명의 진보로 우리는 행복의 조건은 향상되었지만 오히려 행복에 멀어지고 있다. 일찍이 루소는 이러한 현상을 “진보의 역설“로 설명했다. 루소는 과학과 예술의 진보가 오히려 행복을 감소시켰다고 단언하였다. 루소에 따르면 우리는 행복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자신을 뒤흔들어 댐으로써 행복을 변질시킨다.
나는 최근에 합리적 판단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배운 지식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을 내린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프레임 안에 갇히어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합리적 판단에 갇히어 어쩌면 수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내 스스로가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허만 칸 박사는 1978년도에 제4의 물결을 예견하였다. 그에 의하면 경제적 가치와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제3의 물결과 달리 제4의 물결은 삶의 질과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서비스이다. 즉 탈경제화 사회에서 인간의 중심활동은 더 이상 경제적 효용과 가치가 아닌 삶의 질과 가치를 극대화시키려는 시민의 자원봉사활동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많은 공감을 하였다. 인류사회는 이제 한계점에 이른 물질문명의 철학보다는 인간 공동체의 철학적 가치를 강조해야 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자원봉사활동의 철학을 논의함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어는 “우리”라는 인간관이다. 서양사람들은 “나”라는 개체를 중요시하지만 우리 민족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나의 집”(my house)이 아니라 “우리 집“이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상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인류의 진화방향은 적자생존에서 애자생존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진화의 진정한 법칙은 사랑으로 양보하고 서로에게 이바지함으로써 번성한다는 것이다. 조상들에게 상생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는 양보하면 양보를 받는다는 호혜의 원리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후손으로써 무한 경쟁보다는 서로 win-win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내 자신이다. 우리 인간의 미래는 호모 볼런타스(homo voluntas)이다. 호모 볼런타스는 인생의 주체로서 자신과 타자의 행복을 위하여 변화를 선택하고 스스로 행동함으로써 책무를 다하는 “자유의지의 인간”을 의미한다. 오늘날 호모 볼런타스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하면 어떤 생각이 나는가? 좀 여유가 있는 주부들?? 아니면 대학생들?? 아직까지 자원봉사활동이라고 자원봉사자를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이해하거나 박애정신에 의한 자선활동을 자원봉사활동으로 이해하고 있다. 흔히 자원봉사는 자선과 다르다. 자선은 시혜성이고 자원봉사는 호혜성의 원리에 따른다. 시혜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로서 위에서 아래로 베푸는 것이다. 그러나 호혜는 쌍방적이고 수평적 관계로서 함께 나누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자원봉사는 지나치게 시장논리에 빠지어 보여주기 식 또는 3D 기피현상이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양적으로 자원봉사자는 늘어나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자원봉사의 질적 성숙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원봉사의 본래의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질적 측면에서 자원봉사의 핵심적인 문제는 자원봉사활동이 지나치게 기능측면에 치중되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이라는 자원봉사의 본질적 가치가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봉사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활동이 아니라 서로 도와주는 행위를 매개로 삼아 상호 관계의 방식을 재정립하는 변화의 활동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자원봉사들이 지나치게 기능적 측면에 치우쳐 본질을 망각하고 특별한 이벤트로서 일방적 시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에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를 재해석한 글이 너무 좋았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설명하는 좋은 예화이다. 오늘날 경쟁사회에서는 목표를 향해 앞만 ㅂ보고 달리는 거북이는 승리자로서 선이요. 중간에 잠들어버린 토끼는 패배자로서 결코 닮지 말아야 할 악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으로 잠든 친구가 깰세라 혼자 달려 승리를 쟁취한 거북이는 진정한 승자라 할 수 없다. 만일 모두가 거북이처럼 산다면 친구를 잠재우려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사회라면 안 된다. 우화를 다시 써야 한다.
잠든 친구를 깨워 손잡고 함께 승리에 고지에 올랐다. 이는 곧 자원봉사자들의 관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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